49일간

by 아르메리아 | 2009/07/18 23:59 | 트랙백 | 덧글(14)

아무리 생각해도 다단계인데?

오늘 잠깐 아는 동생을 만나고 왔습니다.
강남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논현에서 보제요. 알았다고 그랬지요.
그래서 논현에 도착해서 만났습니다.
홍콩반점이 맛있다면서 거기에 갔습니다. 그런데 문이 닫혔더라고요.
그 사이 전화가 온 겁니다.
같이 사는 사람이 혼자 밥 먹기 싫다고 자기가 살테니 같이 먹자더군요.
이때 확 낌새가 좋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몇 달 전에 이 동생이 네트워크 마케팅이 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다단계라고 답해줬었어요.
그 뒤로 왠지 불안했거든요. 갑자기 애는 집 빼고 이사간다 그러지, 자기는 아는 언니랑 산다는데 영 감이 좋지 않았거든요.
계속 불안불안했어요. 선뜻 연락하는 것도 손이 안 가고요.
그래도 내가 애먼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만났습니다.
삼겹살을 얻어먹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지요.
다단계에서 대해서는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기에 아, 내가 괜한 생각을 했구나 싶어 즐겁게 얘기했습니다.
주말이기 때문에 지하철이 일찍 끊기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기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얘기하다 11시가 다 되었어요.
그 이상 지체되면 지하철이 끊기기 때문에 가야한다고 하니까,
그 때부터 다단계 애기가 나오더군요.
저는 다단계 정말 싫어합니다. 그게 무조건 나쁜게 아니란 걸 알지만 한국에서 다단계=피라미드 이니까요.
그래서 애초에 발을 들여놓는 자체가 혐오스럽습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더니 그 같이 산다는 분이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얘가 아직 빠진 것도 아닌데 왜 제대로 안 들어주냐고.
들어주고 자시고 저는 제 주변 사람이 빠지는 것도 혐오스럽습니다. 그래서 확고부동하게 저는 싫다고 얘기했어요.
그러고는 가야한다고, 지하철 끊긴하고. 그러니까 지하철 비를 내주겠데요.
됐다고, 나는 밥 얻어먹는거만해도 충분히 부담스럽다고 가겠다고.
그러니까 교보문고 가봤냐고, 거기 경영학쪽 책보면 다단계에 대해서도 나온다고.
다단계라고 다 피라미드가 아니고.
이러는 거에요.
이거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 중 하나 잖아요.
우리는 피라미드같은 그런 곳 아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전문가들도 언급한 경영학쪽 이론이다.
저도 압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니에요.
계속 더 있다가는 자고 가라할 거 같아서 가겠다고 아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때가 11시 20분이 넘었었어요.
논현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다음에 또 만나자는데.
싫더군요.
무엇보다 다단계와 관련있는 사람으로 보여 더 싫더군요.
그렇게 헤어진 뒤 이수역에서 당고개 행으로 갈아타려는데 역시나 끊겼더라고요.
급하게 나와 502번 버스타고 150번 버스로 다시 갈아타서 돌아왔습니다.
중간에 문자하면서 말했어요.
다음에는 둘이서 만나자고.
자고가면 좋았을 거라는 그 말에 소름이 끼치더군요. 그 같이 사는 사람은 아무리봐도 다단계쪽 사람이거든요.

솔직히 이대로 그 애가 다단계에 빠지면 진짜 눈물날 거 같아요.
지금도 고시원에 피씨 의자에 앉아있지만 내가 제대로 여기 있는게 맞나 혼미해요.
어떻게든 더 관심이 쏠리기 전에 빼내고 싶은데 어떻게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요.
이사가는 거부터 영 맘에 안 들었는데, 결국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니까 너무 불안해요.

진짜 어찌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잠이 안 와요.

by 아르메리아 | 2009/07/06 01:46 | 일상사(佚晛) | 트랙백 | 덧글(6)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